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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이야기/정리하기

선글라스 버리기

by jisungStory 2018.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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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 버리기




 처음 선글라스를 내가 본것은 중학교때 이다. 방송에서 비슷한 물건을 봤겠지만 안경과의 차이점을 몰랐다. 하지만 중학교 봄소풍에서 친구가 아버지의 선글라스를 끼고 와서 자랑을 할때 나는 안경과 선글라스의 차이점을 그때 알았다. 그리고 되게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어린시절의 추억은 뒤로 하고 선글라스를 내가 직접 산 것은 최근이다. 무엇에 홀렸을까? 드라마의 어떤 주인공의 선글라스가 너무 갖고 싶었다. 물론 그 선글라슨 패션계에서 꽤나 유명한 선글라스 였고 나같은 일반인이 착용하기에는 안맞는 것이었다. 하지만 갖고 싶었다. 물론 우리 고장에서는 파는 곳이 없었고 인터넷을 통해서 구매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곧 후회했다. 


 선글라스가 작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머리가 크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 본적이 없는데 외국 사람이 만든 이 것은 머리가 작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었나 보다. 그래도 벼르고 별러 비싸게주고 산 이 물건은 안쓰고 다닐 수는 없어 쓰고 다녔다. 하지만 오래 쓸수는 없었다. 몇시간 쓰고 나면 관자놀이가 아파서 벗어야 했다. 결국 지금은 다른 분에게 드렸다. 


 한번 사는 것이 어렵지 다음 부터는 다른 디자인의 선글라스를 하나씩 사게 된다. 단 이번에는 멋있다고 막 사는 것이 아니라 한번 써보고 어울리는 것을 샀다. 여행 갈때 마다 면세점에서 너무나 멋지게 진열되어 있는 그 녀석을 지나칠 수 없어 하나씩 사다 보니 집에 있는 것만 네가지나 되었다. 거기다 집에 무엇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사다 보니 소비를 조절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가 되어 버렸다. 


 선글라스가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름에 운전을 할때 마다 선글라스는 필수 품이다. 어쩔 수 없이 운전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눈이 부셔서 괴로울때가 많다. 겨울이나 여름이나 앞 차에 반사되어 눈에 비치는 빛들은 괴로울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 까지 하다. 그럴때 선글라스는 꽤나 유용한 물건이다. 그래서 차에는 항상 선글라스를 비치 해놓고 필요 할때 마다 사용한다.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선글라스의 필요성에 대한 논쟁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여러가지 과학적인 증거를 들며 선글라스가 필요 없다는 주장과 자외선의 위험성을 주장하며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런 주장들에 대해 내가 제시할만한 과학적인 근거나 논리적인 철학을 제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고통때문에 쓴다. 눈이 부신 상태로 하루 종일 운전을 하면 눈이 아프기 때문에 그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쓰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나에게 선글라스는 패선 소품일 뿐 아니라 나의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꼭 필요한 물건이다. 


 비싸게 준 것들을 모두 다 버리는 것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 필요한 것들 마져 버린다면 나의 삶을 간소하게 만들어 주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궁핍하게 만드는 일을 사서 하는 일이 되어 버릴 것이다. 아직 까지 지금 누리고 있는 편리한 삶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좀 더 명료하게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 내 삶에 끼어 있던 거품을 제거 하는 중이다. 지난 삼십일이 넘는 시간 동안 내 주변의 물건들에 대해 정리해 나가면서 어떤 것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인지 점점 알아 가는 중이다. 이번 선글라스의 경우도 내 살에서 중요한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정의를 고민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필요 하지만 필요하지 않기도 하다. 

 

  정리하면 할 수록 내 삶에서 필요 한 것과 필요 하지 않은 것이 정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것들은 내 삶에서 확실히 필요 하지 않지만 어떤 것들은 그 경계선에 묘하게 걸쳐 있다. 대부분 잘 사용하진 않지만 특정한 상황이 되면 필요 해지는 것들이다. 선글라스, 소화기, 각종 약들 이런 것들은 필요한 순간들이 있기 때문에 항상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들이다. 반면에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서 과시적으로 구매 한것들도 있다. 시계, 비싼 지갑, 양복 등은 나의 사회적 지위를 돋보이게 하기위해서 구매 한 것들이다. 이런 것은 삶에서 거품에 가까운 것들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특히 보수적인 회사에 다니면서는 이런 거품들에 휘둘리게 된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 저사람과 나의 위치는 비슷한데 얼마나 좋은 집을 샀는지 같은 경제적인 것들이다. 그런 비교들이 쌓이면서 나는 본질은 외소해 지고 거품이 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도 더 좋은 물건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할 수록 이런 것들이 얼마나 부질 없는지 알게 되는 것이다. 


 과시적으로 보이기 위해 산 선글라스들을 정리하면서 나는 나의 소비에 대해 다시 돌아 보게 된다. 과연 옳은 선택이었던 걸까? 다른 사람들에게 휘둘려 구매한 것은 아니었을까? 진정한 나의 발전을 위해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물건을 사야 할까? 


 수 많은 질문이 나의 앞으로의 길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길이 더 행복해지거나 물질적으로 부유해진 나의 모습을 담보해 주지는 않는다. 다만 나의 삶을 더 명료하게 볼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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