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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이야기/정리하기

아이패드 버리기 2편

by jisungStory 2018.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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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버리기 2편

 과연 작동이 잘 되는 아이패드를 나는 버릴 수 있을까? 

 어제는 이 생각의 마무리를 못 하고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아이패드에 대한 생각을 좀 더 정리해보려고 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은 내 주변의 물건들을 정리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쓸모없는 물건이거나 나에게 과잉에 가까운 것들은 버리는 작업을 한 달 넘게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정말 쓸모없는 쓰레기들을 버렸다면 지금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들이 정리의 대상에 올라와 있다. 그중에 아이패드는 내가 매일 아주 잘 사용하고 있는 물건이다. 구매한 지 사 년이 지났지만 작동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 물건을 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가? 

 아이패드는 사실 대단히 모순적인 상품이다. IT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스티브 잡스의 회사가 만든 제품으로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의 정수가 녹아 있는 제품이면서 제품 그 자체에는 미니멀리즘이 묘하게 녹아 들어가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와 미니멀리즘은 그 기본적인 발상부터 다른 곳에서 시작한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과잉을 유도하고 있다. 자본으로 대표되는 부를 무한히 늘리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소비하게 하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과잉과 수탈이 병행해서 일어난다. 사람들은 그 체계 속에서 태어나 당연하게 느끼고 살아가지만 사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과잉 속에서 자신의 일정 부분을 빼앗기면서 살아간다. 

 이런 과잉의 시대에서 미니멀리즘은 과잉 없이도 살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아이패드는 기본적으로 미니멀리즘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IT 제품에 필연적으로 많았던 기능들을 거의 모두 제거해버렸다.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키보드마저 제거해서 소프트웨어로 구현해 버림으로써 이 제품은 화면만 가지고 있는 독특한 형태의 제품이 되었다. 거기다 처음 구매 했을 때는 앱도 거의 없어 필요한 기능들을 내려받아서 사용해야 한다. 이런 불편한 제품이 성공한 것을 보면 잡스형은 선경지명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아이패드도 미니멀리즘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가격과 판매량은 자본주의의 정신을 정말 잘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년 발표되는 애플의 신제품들은 또 다른 소비를 부추긴다. 어쩌면 자본주의 발전의 끝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과잉의 시대에 살면서 이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정리하고 버리는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나도 아직 회사에 다니고 있고 이 회사는 나의 시간과 노동력을 자본으로 환산하여 지급해 준다. 나는 그 과정에서 얻는 스트레스와 허탈감을 또 소비를 통한 과잉에 사용하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는 어디서부터 끊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아이패드를 정리하면서 느낀 것은 어쩌면 이 아이패드가 과잉과 최소의 중간에 서 있는것 같다. 내가 지금 중첩해서 사용하고 있는 여러가지 서비스들이 이 제품 하나로 모두 사용이 가능하고 다른 것들을 흡수 하지만 결국은 자본주의의 산물이며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들의 중복이 되는 제품 아주 묘한 지점에 서 있는 제품인것 같다. 이 믈건은 버리지 않기로 했다. 아직 까지 버리기에는 작동이 너무 잘되고 잘 사용하고 있는 물건을 버리는 것은 또 내가 가진 상식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함에 있어서는 절제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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