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isung's 이야기/정리하기

지도 버리기

by jisungStory 2018. 6. 5.
반응형

지도 버리기

 

 한달 가까이 내 주변의 물건들을 정리 해오고 있는데 예상 했던 것 보다 주변이 정리 된것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워낙 많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직 핵심에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인것 같다. 잡동사니를 버리는데만 한달이 걸렸다. 이제 좀 더 핵심에 다가가야 할때이다. 

 이번에는 지도다. 이 지도의 출처는 네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전에 다녀오면서 밖에서 파는 것이 었는지 나누어 준것이었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거기서 가져 온것이다. 전세계를 여행하고 찍어 놓은 사진들을 보며 나름 감동을 받고 사진전 출구에 진열된 세계지도를 받아가지고 왔던것 같다. 그 때는 멋진 장식 소품이 될 것 같았는데 지금 보니 어디에 써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 지도를 보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어떻게 보면 세계지도는 정말 쓸모가 없다. 이 지도를 보고 어디를 찾아 갈 수도 없고 참고자료로 쓰려고 해도 요즘에는 인터넷에 더 정확한 지도가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세계지도를 펼쳐서 찾아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세계지도가 꾸준히 팔리고 나도 샀는지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에도 있는 이유는 아마 세상을 한눈에 보고 싶은 인간의 욕망때문이 아닐까 한다. 쓸모가 없는 물건이라도 인간의 욕심이 덧 붙여지면  그 물건은 가치를 가지게 된다.

 이 지도에 투영되어 있는 인간의 욕망은 어떤 것일까? 여러가지 감정들이 이 물건에 얽혀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지루함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투영되어 있는 것 같다. 인간의 본성중에 가장 버티기 힘든 것이 지루함이다. 지루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정말 많은 활동을 했다. 게임을 하기도 하고 운동을 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나가 놀기도 했다. 그렇게 노는 것도 한순간이다. 놀고나면 곧 현실로 돌아와 다시 지루함과 싸워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 됨으로서 그 기간 동안 지루함을 벗어 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여행이다. 지도를 보면 지루함을 잊을 수 있는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다. 

 여행은 지금 살고 있는 곳을 떠나서 다른 곳에서 지내 보는 것이다.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곳에서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 곳에서 살아보면 나의 모습이 좀 더 분명하게 보인다. 새로운 환경속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낯선곳에서 살기 위해 버둥거리면서 근원적인 내모습과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떠나기 전의 나와 다녀온 나는 확실히 달라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경험의 축적을 통해 현실로 돌아 왔을때 힘든일을 겪게 되더라고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일을 과장해서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정말 제대로된 여행은 나를 성장하게 해준다.

 세계지도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 준다. 처음에는 대한민국부터 시작 하지만 점점 그 범위가 넓어져 아시아로 그리고 더 먼 곳으로 이어진다. 그런 인식의 범위의 확장은 내게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세상에서 차지하는 크기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살고 있는 내가 겪는 일 또한 생각 보다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겪는 이 사소한 일들이 지금은 나의 삶을 좌지우지 할 만큼 큰 일들이지만 세계지도를 보는 이 잠깐의 시간 동안 그 일들을 당사자가 아닌 제 삼자의 입장으로 바라 보게 된다. 다른 나라에서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 되어 내가 겪는 일들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든다. 그것이 이 지도의 가치인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산으로 갔다. 처음에는 세계지도를 버리기 위해 쓸모 없음을 이야기 하다가 가치를 발견해 버렸다. 세계지도의 가치는 나에게 여행을 하고 싶은 동기를 부여 해주는 정도인것 같다. 내가 가보지 못한곳에 가보고 싶게 만드는 것 그런 꿈을 꾸게 해주는 것 만으로 아마 이 물건은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물건도 버린다. 그런 꿈을 꾸는 것이 꼭 이런 지도를 통해서만 가능 한게 아니니까 그런 마음만 간직한체 이 물건도 버리기로 했다. 

반응형

'jisung's 이야기 > 정리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패드 버리기  (0) 2018.06.07
피규어 버리기  (0) 2018.06.06
종이가방 버리기  (0) 2018.06.04
모자 버리기  (0) 2018.06.03
수첩 버리기  (0) 2018.06.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