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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이야기/정리하기

모자 버리기

by jisungStory 2018.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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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버리기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것을 좋아 했었다. 모자를 쓰면 내가 더 멋진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을 가지며 더 자신감 있게 다녔었다. 가격도 다른 옷이나 신발보다 저렴해서 사기에 그렇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상품이라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충동적으로 하나 둘 구매해서 쓰고 다녔다. 그렇게 충동적오 구매한 모자들을 세어 보니 비슷한 모자만 네개나 되었다. 그래도 모자를 버리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을 보면 나는 아직도 모자를 좋아 하는 것 같다. 

 처음에 모자는 햇빛 가리개의 목적으로 나에게 쓰였다. 워낙에 꾸미는데 관심이 없었던 나였다.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기억 속에 내가 모자를 쓴 것은 소풍가는 나에게 썬캡을 씌워 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다. 아마 오월의 뜨거운 볕에 아들의 피부가 상하지는 않을까 걱정하시며 씌워 주셨을 것이다. 나는 멋도 모르고 그 모자를 쓰고 여기 저기를 뛰어 다녔을 것이다. 나의 첫 모자에 대한 기억은 어머니의 사랑 한 조각을 품고 있는 따뜻한 소품이다. 

 그 후로도 모자를 쓰고 있는 나의 모습을 독특하다, 귀엽다고 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물론 그때의 평가들 대부분은 내가 사춘기도 오기전 초등학교시절의 기억들이다. 어린시절의 그런 기억들이 모자에 대해서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고 아직도 나는 모자를 좋아 한다. 나를 더 멋지게 만들어주는 마법같은 소품으로 믿고 있다. 

 최근에는 모자를 많이 쓰고 다니지 못했다. 회사생활을 시작하면서는 일단 회사에 쓰고갈 수가 없다. 그리고 평소에도 애기를 챙기다 보면 내가 모자를 썼는지 안썼는지 신경쓸 겨를이 없다. 내 모습 보다는 애기의 안전이 더 중요하니까 한순간도 눈을 땔 수가 없다. 이제 나도 어머니 같이 나의 모습 보다는 아이의 모습에 더욱 신경을 쓰는 부모의 마음으로 변해 가고 있다. 

 한동안 안썼던 모자들을 꺼내어 한번 정리해 보았다. 더 있었던것 같은데 이제 보니 네개 밖에 되지 않는다. 아마 이사하며 몇개를 또 잃어 버렸나 보다. 하지만 남아 있는 이 모자들도 누가 가져 가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줘 버리거나 정 없으면 버리거나 해야 겠다. 이제 나에게는 그렇게 모자가 많이 필요가 없다. 내 모습을 멋지게 해줄 소품은 더 이상 이런 모자가 아니다. 

 사람들은 각자이 빛깔로 세상을 살아 가야 한다.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색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세상이라는 압도적이 회색으로 물들어 버려 시간이 지날 수록 자신의 빛깔이 무엇인지 잊고 살게 된다. 나도 마찬가지 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멋지다고 하는 것을 따라 하면 나도 멋있어 지려고 노력하며 살았다. 더이상 그런 노력은 그만 두려 한다. 나만의 색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찾아 나가는 과정 그것이 앞으로 살아갈 내가 풀어야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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