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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이야기/정리하기

아이패드 버리기

by jisungStory 2018.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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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버리기


 지금부터가 어쩌면 진짜 도전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내 삶의 흐름을 바꾸는 한 물건을 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패드를 처음 산 것은 7년 전으로 기억한다. '아이패드2'가 발매되면서 그떄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며칠간 월급을 모아 제일 큰 용량의 3G 모델로 구매를 했었다. 당시에는 아이폰을 사지도 못한 시점이라서 최신의 애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기분에 매우 들떠있었다. 그 들뜬 마음만큼 아이패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제품이었다. 일반 컴퓨터의 기능을 모두 다 가지고 있지는 못한 상태였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앱들과 적당한 화면은 나같이 뒹굴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인 제품이었다. 

 구매하고 삼 년을 넘게 사용한 것 같다. 다음 버전이 매년 새로 나와 거의 비슷한 디자인에 성능 변화는 엄청나게 있었지만 나는 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불편함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다.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되고 있었다. 예전에는 퇴근하고 오면 항상 피시를 켜고 뭔가를 시작했다면 이제는 피시를 켜지 않고 아이패드로 웹서핑하고 영상을 보고 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그러다가 장애물에 부딪혔다. 언제나 나에게는 아픈 손가락인 동생이었다. 

 충분히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익숙해졌을 때 즈음 아이패드를 부러워하는 동생이 눈에 보였다. 차마 달라고는 하지 못하고 머뭇대는 모습이 마음 아팠다. 회사 일 때문에 명절에 돼야 겨우 오는 동생에게 아이패드 가져가라고 말했다. 나는 충분히 사용했고 질렸으니 가져가라고 떠밀었다. 액세서리를 살 돈이 없을 테니까 덮개랑 몇 가지 쓸 수 있는 것들도 모두 가져가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아이패드 없는 일 년을 보내야 했다.

 처음부터 없었으면 모르겠지만 있다가 없는 자리는 더 크게 느껴진다. 이미 아이폰도 있었고 노트북도 있었지만, 아이패드가 주는 그 독특한 편리함은 다른 기기들이 대체할 수 없었다. 아이패드와 비교하면 노트북은 불편하고 아이폰은 작았다. 그렇다고 다시 아이패드를 새로 사기에도 모호한 시점이었다. 그렇게 어물쩡 일 년이 금방 지나갔고 다시 겨울이 돌아오고 있을 즈음이었다. 아이패드 에어 2 가 출시 한다는 소문이 솔솔 들리기 시작했다.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제품이 출시되고 나는 물건을 구하려고 여기저기 수소문해봤지만, 제품을 구 할 수가 없었다. 지방 중소 도시에서 사는 설움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재고가 없었고 온라인 매장을 활용하자니 예전에 당한 사기가 기억나서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구매하는 데 마음이 불편한것은 시작부터 좋지 않다 싶다 나는 오프라인 위주로 물건을 구하러 다녔다. 그러다가 내가 사는 곳에서 구하는 것은 포기하고 또 몇 달이 지났다. 

 여자 친구(현 아내)를 만나기 위해 부산에 갔었다. 12월 즈음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부산의 서면을 활보하던 나와 여자 친구는 애플 리셀러 삽이 길가에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물론 예전부터 있는 가게였지만 부산지리에 익숙하지도 않고 아이패드를 사러 부산에 간 것도 아니었기에 그냥 구경삼아 매장에 들렀다. 나는 당연히 없을 거라는 마음을 갖고 

"아이패드 에어 2 있어요?"

라고 직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네 어떤 거로 드릴까요?"

 직원의 답변에 나는 당황했다. 당연히 없을 것으로 생각했고 없으면 아이 아쉽네 하고 돌아서려고 했는데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여자친구가 보고 있는데 돌아서는 없어 보이는 모습을 연출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현재의 아이패드를 구매하게 되었다. 그것도 벌써 사 년 전 일이다. 그렇게 반 충동적으로 물건을 구매했지만 아직도 이 제품을 사용하는데 아무런 불편도 없고 고장도 한 번도 난 적이 없다. 만족도가 매우 높은 제품이다. 

 이런 아이패드를 내가 버릴 수 있을까? 지난 사 년의 시간 동안 정말 잘 사용했고 나에게 거의 최적화 되어 있는 이 제품을 내가 진짜 버릴 수 있을까? 아직도 나는 그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멀쩡한 물건을 한 번에 쓰레기통에 버리기는 것은 삶을 정리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좀 너무 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패드에 대한 생각을 한번 더 정리하고 가는 것이 옳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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