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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이야기/정리하기

동영상 강의 버리기

by jisungStory 2018.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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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영상 강의 버리기


 내 외장 하드에는 모아둔 동영상 강의가 많다. 영어 자격증 강의부터 마술강의까지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언젠가는 보겠지 하는 마음으로 유료결재해서 내려받아 놓은 것도 있고 무료로 풀린 것들을 미리 내려받아 놓은 것도 있다. 그렇게 모아만 둔 것이 벌써 삼사년 전이다. 이미 강의들은 오래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그나마 도움이 되는 영어강의들도 대부분 문법 강의 위주라서 지겹기만 하다. 이제 다시 듣지 않을 것 같은 강의들은 지우는 작업을 시작해야겠다. 


 강의 파일들을 버리기 전에 내가 왜 이렇게 강의들을 모아왔나 하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됐다. 


 이 수많은 강의가 그 강사의 엄청난 노력으로 만들어진 콘텐츠 들이고 이를 통해 많은 학생이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 도움을 받는 학생이 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은 간단하지만, 답은 간단하지 않다. 내가 살아온 방식에 대한 성찰이 뒷받침되어야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그냥 게을러서 못나서 라는 자기 파괴적인 답을 내놓았겠지만 그런 단편적이고 감정적인 답변으로는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지 못한다. 그래서 좀 더 체계적으로 답을 구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열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너무 낡은 첫 번째 이유인가? 싶지만 처음 이유는 동기부여를 문제 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강의 좋은 기회가 있다고 하더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면 억지로 그 일을 지속하기는 어렵다. 특히 강제성이 없는 일일 경우에는 그런 경향이 더욱 심해진다. 동영상 강의들의 내용은 영어공부 이거나 컴퓨터 언어 관련된 내용이다. 물론 내가 다 필요한 분야들이긴 하지만 나 스스로 재미를 느끼기에는 부족했던 것 같다. 아마도 나도 공부에 대한 절박함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강의를 듣지 않았던 게 아닌가 한다. 


 두 번째 습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강의는 며칠 혹은 한 달 정도 꾸준히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나름 재미있었고 심지어 그 시기에는 회사일 말고는 저녁에 할 일도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강의의 내용은 그냥 내 곁을 스쳐 지나갈 뿐 두 달째가 되면 언제나 그랬든 이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 놓고 잠드는 나의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나 스스로 이 강의를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와 함께 꾸준히 이 일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습관이 부족했다. 


 세 번째 시간의 제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내려받은 강의는 무제한이다. 내가 보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꺼내어 볼 수 있다. 심지어 외장 하드에 백업을 해놓았으니 사라질 염려도 없다. 그 지점에서 안심되는 것이다. 나 스스로에 대한 통제가 무너지는 첫 단계가 된다. 모든 일에는 관리가 필요하듯이 나의 감정과 행동도 관리가 필요하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이런 제약 없이도 꾸준히 일을 처리하고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시간이 무제한으로 주어지면 늘어지고 오히려 일이 잘 처리 되지 않는 성향이 있다. 한 달 내에 어떤 물건을 만들어 내든지 두 달에 걸려 물건을 만들어 내든지 간에 그 물건의 질은 거의 비슷하다. 차라리 한 달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해 몰아치는 것이 오히려 좋은 성과를 낸다. 내려받아 놓은 강의파일은 잡아 놓은 물고기라서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런 원인의 분석을 바탕으로 나는 내 공부 방법을 바꾸었다. 일단 공부의 종류를 줄였다. 꼭 해야 하는 공부들만 정해 진행하고 있다. 너무 많은 과목은 직장인인 내가 소화해 내기에 벅차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공부의 습관을 만들기 위해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 두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는 공부할 시간을 마련해 오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시간도 그 시간을 쪼개어 매일 한편씩 쓰고 있다. 그렇게 반년이 넘게 계속해서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모든 공부에 시간의 제약을 두고 공부를 하고 있다. 오늘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확인하고 그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양을 정해두고 시작한다. 그리고 전체 내용을 다섯 번은 반복해서 볼 수 있도록 시간표를 짜서 운용하고 있다. 



 이런 공부의 방법이 나중에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는 나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피곤한 만큼 내 삶의 만족도도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 단순히 회사 생활에서 시키는 일만 반복하는 삶에서 내가 주도적으로 나의 삶을 나아지게 할 공부를 선택하고 나의 시간을 정하는 것은 나의 자존감을 높이는데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제 괜히 모아둔 동영상 강의는 지우고 내가 진짜 해야 하는 공부들에 집중해서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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