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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이야기/정리하기

노트 버리기

by jisungStory 2018.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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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버리기 

 어릴때는 공책이라고 불렀다. 요즘에는 노트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최근에는 노트를 사본적이 거의 없는것 같은데 뒤져보니 몇권 예전에 쓰다만 노트가 나왔다. 대부분 내가 공부한다고 사놓은 것들이었다. 어떤 것은 이미 다 써서 남은 페이지가 없는 것도 있었고 어떤 것은 비닐도 뜯지 않은 새것도 있었다. 가만히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니 노트를 버린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은 잃어 버려서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노트를 쓸일이 거의 없다. 회사 일을 기록하는 용도로 다이어리 같은것을 들고 다니면서 메모 하는 정도 이다. 그래도 억지로라도 글을 쓰기 위해서 카페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노트에 매일 매일 일기를 적기는 하지만 요즈에는 그것도 뜸해졌다. 매일 매일을 기록 한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의미 있는 일이지만 매일 매일 회사일에 시달리다 보면 그만한 여유도 잃게 되는 것 같다. 

 예전 감성에 젖어 살던 사춘기 시절과 철이 없어 불쌍 했던 이십대 시절에는 정의가 불분명한 글을 매일 썼었다. 인터넷이 보급되던 시절에 인터넷에 적은 것들도 꽤 되었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잃어 버렸다. 그때는 무엇이 그렇게 쓸일이 많았었던걸까? 시덥잖은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는 노트를 보면서 한심스럽기도 하고 그때의 내 모습이 잠시 그려지기도 했다. 

 어디선가 사람은 모두 자기 표현의 욕구를 가진다고 들었던 것 같다. 내성적인 나에게 있어 나를 가장 자유롭게 표현 할 수 있는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었다. 글을 쓸때에는 누구도 참견을 받지 않아도 되고 누가 보지도 않을 노트니까 그 안에서는 나의 상상력과 느낌들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글쓰기에 몰두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그런 생각 조차 없이 답답한 일이 생길때 마다 노트를 펴서 내 생각들을 막 쏟아 내곤 했다. 정리 없이 쏟아낸 나의 생각들은 지금의 내가 읽어도 이해하기 힘든 글이 되었지만 아마 그 시절 나에게 있어서 거의 유일한 표축구가 글쓰기 였을 것이다. 

 그런 노트들은 차마 버릴 수가 없었다. 그것은 다른 형태를 하고 있지만 그 자체가 나의 기록이었고 나의 삶의 증거였다. 별로 내세울 것도 없고 대단한 것도 없는 삶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종이 조각일 뿐이겠지만 나에게는 내가 치열하게 살아온 증거이고 나를 위로하는 친구 같은 존재 였다.  

 몇몇 나의 이야기가 쓰인 노트를 빼고 다 쓴 연습장 같은 것들은 버렸다. 그리고 남은 노트들을 잘 갈무리 해 두었다. 언제 다시 볼일까 잠시 걱정이 스치기도 하지만 그 언젠가 내가 이 노트들을 열어 볼때는 지금 보다 더 성숙한 내가 되어 어린 나를 대면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 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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