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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이야기/정리하기

카메라 버리기

by jisungStory 2018.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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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버리기 

 집에는 카메라가 몇대 있다. 결혼전에 안사람이 사용하던 것 그리고 내가 여행용으로 사모은 것들 등등 세어보니 6대나 되었다. 그렇게 큰 부피를 차지 하지는 않는 것들이고 두대 정도는 거의매일 사용하는 것이라 버려야 겠다는 생각을 한적이 없었는데 오늘에서야 카메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내 첫 카메라는 토이카메라의 한종류인 "로모" 였다. 고등학교때 받은 용돈을 긁어 보아 살 수 있는 저렴한 버전의 카메라는 그 정도였다. 그래도 그 당시 내 경제 수준에서는 엄청 비싼 것이었다. 어떻게 용돈을 긁어 모아 사긴 샀지만 필름카메라를 유지 할 수 없었기에 많이 찍고 다닐 수는 없었다. 필름 값과 현상비가 꾸준히 들어가기 때문에  "사진"이라는 취미는 학생이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첫 카메라의 기억을 가지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카메라의 변화를 바라보면서 자랐다. 디지털 카메라가 나왔고, 핸드폰에 카메라가 달렸고 매년 수십 가지의 카메라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 변화의 바람을 학생의 입장에서 바라 볼 수 있었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첨단 기술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면 되는지 노력하지 않고 배울 수 있었다. 카메라는 그 모습의 변화를 통해서 나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며 시간을 함께 보냈다. 

 얼마전 추억이 돋아 로모 카메라를 다시 꺼내어 보았다. 전역 이후에 거의 처음 꺼내는 카메라였다. 어렵게 필름을 주문해서 카메라를 작동 시켜 보았더니 잘 작동하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알 수 없는 어떤 부품이 고장나 버린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카메라를 만난 것은 21세기가 되기도 전이었고 이십년 넘는 시간을 나와 함께 지내 왔다. 한번은 부러져서 서울까지 가서 수리를 받아온 적도 있었다. 이제는 고장 날 때도 된 것이다. 

 한번더 수리를 받아서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 볼까? 아니면 이대로 정리해야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버려야 한다고 쓰레기 봉투에 담아 덜렁 버리는 것은 그것 대로 마음이 아플것 같다. 그 카메라를 사용한 시간이 너무 길어서 카메라와 함께 했던 것들이 너무 많아서 차마 그렇게는 하지 못할 것 같다. 

 대신 다른 카메라를 버리기로 했다. 뒤져 보니 고장난 디지털 카메라도 한두대 있었다. 어디서 사은품 같은 걸로 받은 것과 언제인지 모르겠는데 카메라가 필요해서 구매했던 것도 있었다. 아직도 작동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이미 스마트 폰으로 충분히 찍으니까 필요 없을 것 같아서 이 두 가지는 버리기로 했다. 

 나와 함께 해서 너무 오래된 물건을 버리는 일은 참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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