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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이야기/정리하기

보드게임 버리기

by jisungStory 2018.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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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버리기 

 보드게임이라는 단어를 들을 것은 대학에 와서 였다. 그 시절 피씨방 과 함께 보드게임방이라는 놀이장소가 많이 생겼을 때에 한두번 가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단어를 듣기 전부터 보드게임은 많이 해왔다. 부르마블이라던지 모노폴리 같은 것들이었다. 물론 다른 형태의 게임들도 있었던것 같은데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는 그다지 보드게임을 할 일이 없었는데 최근데 사촌동생들이 명절에 놀러 오면 너무 지루해 하는것 같아서 하나둘 사서 했었다. 

 그 중에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루미큐브라는 것인데 마작같은 숫자패를 색깔별로 모으던지 순서대로 모아서 최종적으로 갖고 있는 패의 숫자가 적은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그런데 그 규칙들이 묘한것이 있어서 인지 동생들이 정말 좋아했다. 그 모습이 좋아서 다른 게임들도 이것 저것 사서 같이 해보았는데 루미큐브를 이기는 게임은 없었다. 그래서 나머지 게임들은 한두번 하고 나서 그냥 짐처럼 책장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 가지고 있으면 언젠간 쓸일이 있겠지"

 그런 마음이 물건을 버리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과거의 좋은 기억에 사로 잡혀 다음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족쇄가 된다. 버릴때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이제는 어떻게 가지고 노는지도 모르는 보드게임을 버린다. 이번에 버리는 것은 그렇게 좋은 기억들이 없어 가볍게 버릴수 있는 것들이지만 이제 점점 물건들을 버릴때 그 것에 켜켜이 쌓여 있는 나의 시간을 확인한다. 방심한 사이에 치고 들어 오는 그 물건들의 마지막 발악은 잠시 나를 멈칫하게 만든다. 

 내 주변의 물건들을 하나둘 정리하고 버리면서 내가 잊고 지냈던 나의 모습과 다시 만나게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내가 이 물건들을 살때 어떤 마음으로 샀었는지 그리고 왜 더이상 이 물건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는지 하나 씩 짚어가다 보니 앞으로 내가 어떤 물건을 사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물건을 더 사지 않아야 하는지 알아가게 된다. 

 정작 내 공간을 좀 더 넓게 쓰고 정리하자고 시작한 일이 었는데 지나온 나의 삶을 되돌이켜 보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 여러가지 의미로 할만한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든다. 십일이 넘게 물건들을 버리다 보니 이제는 점점 핵심적인 것들을 버릴지 말지 고민하게 된다. 살때는 정말 고민해서 샀지만 이제는 잘 안쓰는 것들이다. 그 중에도 버릴 것들을 잘 골라내야 한다. 

 과잉의 시대에서 물건을 버리는 일은 어쩌면 이 거대한 수레바퀴에서 벗어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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