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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이야기/정리하기

가방 버리기

by jisungStory 2018.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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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버리기

 집에 있는 가방을 세어 보니 꽤 많았다. 지금 메고 다니는 것은 노트북 전용 가방이지만 예전에는 샘소나이트 백팩을 즐겨 사용했었다. 하지만 샘소나이트 가방은 이쁘기는 한데 사용하다 보니 어깨끈이 끊어지거나 옆에가 터지거나 하는 내구성에 문제가 있었다. 그냥 가방이 약한 탓을 하고 싶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좀 많이 들고 다니는 편이기도 했다. 그런 가방은 누구에게 보여주는 용으로 들고 다니는 이쁘게 만들어진 가방인데. 나는 내 물건들로 꽉꽉 채워 매일 같이 들고 다녔다. 그러다 보니 금방 수명을 다한게 아닐까 하는 이해심이 생겼다. 그렇게 못쓰는 가방을 빼고 쓸수 있는 가방은 두개 정도 뿐이다. 

 그 가방 중에는 제주에서 안사람과 함께 고른 가방도 있었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고 단순하게 생긴것이 예뻐서 고민도 하지 않고 샀었다. 그리고 일년을 넘게 나와 함께 출근하고 퇴근을 함께하고 가끔은 패대기도 쳐져 가면서 내 곁에 있던 녀석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툭"하고 어깨끈이 끊어 졌을때 나는 차마 이 가방을 버리지 못하고 수리를 맡겨서 다시 두세달을 들고 다녔더랬다. 하지만 한번 강을 건넌 녀석은 다시 어깨끈이 끊어 졌고, 수리해서 쓰겠다는 마음을 접어야 했다. 그렇게 마음 먹고 이 가방을 다시보니 그 일년동안 함께 했던 즐거웠던 일 힘들었던 일이 하나둘 기억이 났다. 시간이 쌓여 정이 들었다.  

 그 물건에 관련된 이야기들 추억이라고 불리는 기억이 물건을 버리는데 큰 장애물이 된다. 그 물건을 버리면 그 추억도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물건들이 오래되고 나만의 색을 입으면 내 공간속 어딘가에서 그 본질적인 쓸모를 잃고 다른 의미를 지닌채로 저장된다. 그렇게 물건은 쌓이고 추억은 박제된다. 하지만 추억은 물건에게 존재 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존재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오래된 가방의 사진을 찍어서 남겨 두기로 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이사를 해야 할지 모르는 떠돌이 인생에서 오래된 물건을 짊어 지고 다닌다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버릴물건은 버리고 넘어가야 한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건 어쩔 수 없다. 

 많은 시간을 함께 했고 그 시간 동안 아무말 없이 나의 무거운 소지품들을 견뎌준 가방에게 괜한 연민이 생기는 것은 내가 너무 감정적이어서 그런걸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것일까? 

오래된 가방 하나를 버리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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