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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이야기/정리하기

전단지 버리기

by jisungStory 2018.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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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지 버리기

 집을 둘러보니 전단지가 많다. 아파트에 살다 보니 현관앞에 붙여 놓고 가는 것부터 요청하지 않았지만 자동으로 배달되는 책자도 있다. 어떻게든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하는 소상공인들의 노고는 알겠지만 매일 매일 쏟아지듯 몰아치는 전단지는 감당하기 힘들다. 특히 무언가를 잘 버리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들은 잠깐 지나면 엄청난 양의 전단지와 마주하게 된다. 

전단지를 버리면서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이 수많은 전단지 한장 한장을 누군가가 만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볍게 버리는 이 전단지 한장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며칠을 고민하며 디자인을 만들었을 것이고 그 만든 것을 인쇄하고 배포하기 위해 또 누군가는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을 것이다. 그 수많은 노동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택하는 정보는 백에 하나가 될까 말까 아니면 그것보다 적을지도 모르겠다. 그 수백분의 일의 확률에 그 수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 많은 노력을 한 사람들중에 한사람 거기에 나도 포함된다. 이 전단지를 만들고 배포하는 사람과 나와의 차이는 하나도 없다. 나 또한 누군가가 만든 물건을 어느 누군가에게 잘 전달되도록 그렇게 애를 쓰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 너무나 소모적이고 쓸모 없는 일이라고 생각 되는 일도 위에서 시킨 일이라고 하면 그 어떤 내 삶의 일보다 신경써서 처리해야 한다. 내 일을 하면 할 수록 내 삶과 일의 괴리를 느끼게 된다. 

 내 인생과 내가 하는 일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져서 이제는 무감각해질 지경이다. 이 전단지들을 보면서 이 전단지처럼 소모되고 있는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내가 열심히 한들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일을 하면서 나는 왜 그렇게 내 일에 심각해야 하는지 돌아 보게 된다. 결국 나도 다 쓰여진 이 전단지들 처럼 쉽게 버려지게 되는건 아닌지 걱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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