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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이야기/정리하기

이어폰 버리기

by jisungStory 2018.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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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버리기 

 나는 음악을 좋아 한다. 대단한 음악 애호가는 아니지만 조용하고 잔잔한 음악을 듣는 것을 매우 좋아 한다. 그래서 전에 컴퓨터 파일들을 정리 할때 제일 많이 정리했던 파일이 음악 파일이었다. 그동안 테이프로 듣던 음악이 CD 로 변했고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MP3로 대표되는 음원파일로 대체 되었다. 이제는  스트리밍으로 변화되고 있다. 대형 IT 업체들이 너도 나도 음원스트리밍 사업의 주도권을 다투고 있고 그 경쟁속에서 음악은 소유하는 것이 아닌 소비되는 것으로 변화 되고 있다. 하지만 아날로그의 끝 무렵에 태어난 나같은 사람은 아직 음반을 소유하고 그 음악과 함께한 추억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는 것을 좋아한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과거를 그리워 하는 나의 나약한 한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예전의 습관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이유로 음악 파일을 많이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음원파일의 음질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듣는 문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하드웨어이다. 그런 욕심에서 귀에 직접적으로 음악을 들려주는 장비를 점점 좋은 것을 찾게 된다. 

 처음에 내가 구한 스피커는 카세트를 사면 기본으로 제공해주는 이어폰이었다. 테이프로 음악을 들을때는 그 이어폰 하나에 의지해서 음악을 들었다. 그때는 음질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당연한것이 음질을 따질 만큼의 비교대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지직 거리는 잡음이 당연한 시절 이었다. 그 시절의 모든 미디어장비들은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었다. 그 한계를 벗어나려면 엄청난 돈이 든다는 것을 깨달은건 좀더 나이가 들어서였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내가 아는 세상은 점점 확장되어 가고 대학을 다닐때 즈음에는 내가 보고 있었던 것이 얼마나 좁았는지 알 수 있었다. 음악을 듣는 취미 조차도 취향에 따라 엄청나게 다양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동안 들었던 대중 음악 뿐만 아니라 팝송, 클래식등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무궁무진 했다.

 "더 좋은 음악을 듣고 싶다." 라는 욕심은 조금 왜곡되어 자라났다. 음악 그 자체에 대한 욕심도 있었지만 그 음악을 듣는 장비에 대한 욕구로 점점 나아갔다. 결국 이어폰을 하나 둘 씩 사서 바꿔보기 시작했다. 이름 없는 중국업체의 이어폰 부터 나름 유명한 브랜드의 헤드폰 까지 지금 집에는 다양한 사이즈의 이어폰과 헤드폰이 있다. 결국 사용하는 것은 하나 밖에 없지만 아직도 생각 날때 마다 이어폰을 하나 씩 충동 구매하곤 했다. 이제는 음악에 대한 욕심이라기 보다 이어폰 그 자체에 집착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 이다. 그렇다고 비싼 이어폰을 마구 사서 모은다기 보다 눈에 보일때 마다 싼 것들을 하나 둘씩 사는 거라서 집에는 점점 쓸모 없는 물건들이 쌓이는 것이다. 이제는 그런 욕심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우선은 못쓰는 것들 부터 버렸다. 그리고 더이상 쓰지 않는 것들을 모두 쓰레기 통에 모아 버렸다. 하지만 비싼 돈을 들인 헤드폰은 차마 버리지 못했다. 그리고 매일 쓰는 이어폰 하나는 남겨 두었다. 다 버리고 나니 서랍 한칸이 빈공간으로 남았다. 

 이어폰을 쓰레기통에 버릴때는 복잡한 마음이 스쳤다. 이 이어폰을 들으며 걸었던 제주의 광치기 해변과 저 이어폰을 들으며 걸었던 변하기 전 대학의 교정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이제는 더이상 듣지 않는 오래된 그 시절의 대중음악도 귓가에 맴돌았다. 그런 마음들이 물건에 녹아 있어 차마 버리지 못하고 지금까지 갖고 있었던 것이다.     

 며칠째 물건을 버리고 나니 책상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책장도 버릴책들을 솎아내고 나니 여기저기 빈공간이 보인다. 하지만 그 만큼 나의 삶은 단순해지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하게 보이는것 같다. 내가 진심으로 되고 싶었던 나의 모습에 더욱 집중하게 되고 그 일에 나의 힘을 더 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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