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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이야기/정리하기

컴퓨터 파일 버리기

by jisungStory 2018.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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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컴퓨터를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때 였다. 학교에 컴퓨터실이 생기면서 컴퓨터를 처음 보았다. 티비에서나 보던 것들이 현실에서 접하면서 내 어린시절 기억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후로 고등학생이 될때 까지 나는 컴퓨터를 가질 수 없었다. 컴퓨터 교육열풍이 불던 시절 부모님은 지인 분이 쓰다가 버리는 286컴퓨터를 어디서 구해 주셨지만 그 컴퓨터로는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글자가 입력 되고 몇 몇 게임이 돌아가는 정도였다. 제대로된 컴퓨터는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만져볼 수 있었다. 동생과 신이나서 그 컴퓨터로 한참을 치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그 때의 기억들이 행복해서 였을까? 나는 컴퓨터를 좋아하는 어른으로 성장했고 지금도 내가 제일 아끼는 물건 중에 하나가 컴퓨터이다. 

 정확하게는 고등학교때 부터 컴퓨터를 제대로 만지기 시작한 것이지만 데이터 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그 데이터를 쌓아 나가기 시작한것은 대학때 부터이다. 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된 대학 시절에는 그에 맞물려 각종 파일들이 암암리에 유통되기 시작하던 때이기도 했다. 대학교에는 인터넷망 뿐만 아니라 내부 네트워크도 사용할 수 있어서 대학생들간 파일 교환이 용이 했다. 그 시절 각종 파일 교환 프로그램들이 사용되었고 그 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여기서도 내 수집욕은 발동 되었다. 그 시절의 컴퓨터도 역시 그렇게 썩 좋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용량의 하드디스크게 각종 파일들을 차곡차곡 쌓아두기 시작한 것이다. 그 하드디스크가 가득찰때까지 쌓아두었다. 하지만 그 하드디스크가 채 다 채워지기 전에 나는 군대를 가야 했다. 

 이년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다행히 완전히 컴퓨터와 격리되지는 않았다. 장교 생활을 선택한 덕에 숙소로 돌아오면 다행히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를 쓸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때는 그렇게 데이터를 저장해두거나 하지는 않았다. 장교생활이라고는 하나 군대생활은 힘든 것이었고 기본적으로 군대에서 컴퓨터에 파일을 저장해 두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개인의 컴퓨터지만 수시로 보안점검이라는 형태로 컴퓨터 점검을 했고 그럴때 마다 나는 컴퓨터에 있는 파일을 삭제했다. 외부의 요인이 작용했지만 과잉을 막는 장치로 군대라는 시스템이 작동한 것이다. 문제는 전역을 하고 나서 부터 시작이었다. 

 전역을 하고 백수가 된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는 청년이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갔으니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다. 하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그러니 방안에 틀어 박혀 컴퓨터만 하고 있었다. 뭔가 생산적인 것을 하는게 아니라 동영상강의를 찾아보고 영어공부를 조금 하다가 음악듣고 드라마 보고 밤새는 그저 그런 생활의 반복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뭔가를 한다 그러면 따라 했다가 질리면 금방 그만 두는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렇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의 이해되지 않는 생활이었다. 그 생활동안 내가 축적한 데이터는 엄청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드디스크가 부족해 외장하드디스크를 더 사야 할 정도로 엄청난 데이터를 축적했다. 하지만 그것을 다시 보느냐 하면 그런것도 아니다 한번 보고 난 자료들을 그냥 저장만 해둔 것들이었다. 쓸모 있는 자료는 취업준비를 위해 쓴 이력서 정도 였다. 

 힘들게 취업을 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이제는 외장하드가 부족해 꽤 대용량의 네트워크 기능이 되는 외장하드를 구매했다. 그 곳에도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이 들어 있다. 하지만 다시 보지는 않는다. 그저 그곳에 저장만 되어 있을 뿐이다. 일단 제일 많이 쓰는 컴퓨터의 파일 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듣지 않는 음악파일들 철지난 드라마와 영화들이 제일 먼저 삭제 되었다. 그리고 그때 잠깐 필요해서 설치했던 프로그램들 하다만 게임들도 차례 차례 삭제 되었다. 하지만 워낙이 많은 파일들과 프로그램들이 컴퓨터에 깔려 있어 이 또한 한번에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데이터들을 하나 하나 삭제하다 보니 나는 지금까지 과잉속에 살아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대 사회는 모든 것이 넘쳐나고 있는것 같다. 개인의 삶도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할 정도로 너무 많은 것이 공급되고 있다. 내 삶 또한 그렇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렇게 찾으면서도 핵심적인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수 많은 직업들이 나오고 그 직업들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이 나온다. 하지만 그 일들이 과연 나에게 맞는 일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에 대해서는 그 정보들이 알려주지는 못한다. 결국 자신이 선택하고 직접 부딛혀 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더이상 컴퓨터의 데이터에만 기대어 살 수는 없기에 쓸모 없는 데이터는 저장하지 않고 삭제한다. 삭제해보니 무엇보다 컴퓨터가 빨라져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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