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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이야기/정리하기

피아노 버리기

by jisungStory 2018.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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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 일이다. 회사 생활을 막시작하고 일을 배우고 적응하는 시기 였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 였고 여기서 일단은 먹고 살아야 겠다는 마음에 어떻게든 적응하려고 노력하던 때였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 음악을 연주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처음에는 기타를 연주했었다.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저 컴퓨터에 있는 동영상 강의나 연습프로그램으로 몇 곡을 떠듬 떠듬 연주하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기타를 연주 할때는 꽤나 기분이 나아졌다. 그렇게 기타라도 꾸준히 하면 됐을 걸 욕심히 돋아나서 피아노를 배워야 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회사에 다니니까 월급이라는 것이 생겼고 술도 못마시고 여자친구도 없었던 그때의 나는 딱히 돈을 쓸 곳도 없었다. 몇달치 월급이 고스란히 통장에 쌓여 있었고 통장에 찍힌 숫자에 불과한 그 돈을 무언가 나를 위해서 한번써보고 싶어졌다. 어린시절 잠깐 배웠던 피아노 였고 학교를 다니던 중에는 고등학교 음악 수업을 끝으로 한번도 음악을 배울 기회는 없었다. 어쩌면 그때는 그냥 돈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게 아닌가 싶기도하다.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서는 피아노가 필요 했다. 집에서 어떻게든 연습을 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기타와는 다르게 피아노는 어디서부터 공부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연습을 해야 하는지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몇 몇 강의를 찾을 수는 있었지만 재미도 없고 일정 부분을 따라하고 나면 무슨말을 하는지 알아 들을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음악 기초 용어 같은 것들이었는데 아마도 그때는 그런 부분 까지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것 같다. 이래 저래 검색을 하던 끝에 일단 질러 보기로 했다. 인터넷 주문으로 살 수도 있었을 텐데 나는 집 근처에 있는 악기점으로 걸어 갔다. 그리고 진열되어 있는 피아노를 둘러 보았다. 그랜드 피아노 부터 그보다는 작은 업라이트 피아노들 그리고 그 보다 더 부피가 작은 전자 키보드가 진열되어 있었다. 배우는 단계에서 백만원이 넘는 정식 피아노를 구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진열되어 있던 전자 키보드를 하나 샀다. 제대로 작동되는지 어떤 기능이 있는지 알아 볼 법도 한데 아무런 생각없이 덜렁 하나 샀다. 그런 내 모습에 황당해 하는 주인아줌마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피아노를 산것이 벌써 칠년전이다. 

 충동구해한 피아노 아니 전자키보드를 두들겨 보니 재미있었다. 건반을 누르는 것이 즐겁기도 했고 생각보다 다양한 소리를 내는 악기가 내 방에 있다는 것이 신났다. 그리고 회사를 다니면서 피아노 학원을 한군데 등록했다. 매주 두번 정도 레슨을 받았는데 하루는 연습을 하고 하루는 이론 공부를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처음 두달은 그렇게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금새 지나갔지만 언제나 세달째가 되면 그 어떤 예상할 수 없는 장애물에 부딛히게 된다. 이번 경우는 좀더 극적이었는데 교통사고를 당했었다. 

 인생은 언제나 예상할 수 없는 뱡향으로 흘러간다. 내가 피아노를 연습하는 날이 올지 학생때는 한번도 예상 한적도 없었고 적성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 회사를 다니는 것도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리고 그해 내가 교통사로고 입원하게 될거라고 생각해본적도 없었다. 심지어 이것은 내가 낸 것도 아닌 그저 교통사고를 당한 상황이었다. 급정거한 앞차와 부딛히지 않기 위해 나도 급정거를 했는데 내 뒤에 오는 덤프트럭은 아니었다. 내가 타고 있던 승용차는 정말 종이처럼 찌그러졌다. 뒷좌석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 였다. 그렇지만 그렇게 크게 다치지는 않않었는데 그건 좀 운이 좋았던것 같다. 

 입원해서 앉아 있으니 피아노 연습과 레슨은 당연히 할 수 없었고 퇴원을 종용하는 여러가지 압박에 덜 회복된 상태로 퇴원해 일을 다시 시작하니 여러가지로 몸이 너무 아팠다. 그래도 피아노를 다시 배울 마음이 있었다면 꾸준히 열심히 연습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교통사고 이후로 생활이 급격히 나태해지기 시작했다. 회사 생활 외에는 다른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던것 같다. 그렇게 몇달이 금새 지나갔고 피아노 연습을 하기 위해 샀던 전자 키보드는 방한 켠에 멀뚱히 몇달을 서서 지냈다. 

 이사를 두번이나 하면서도 차마 이 전자키보드를 버리지 못한것은 그때의 추억이 너무 기분좋게 남아 있어서 였다. 음악을 연주하면서 느꼈던 그 즐거움과 무언가 내가 할 수 있다는 행복감이 나를 들뜨게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리할 때가 된것 같다. 금새 끝날 줄 알았던 회사생활이 점점 장기화 되어가고 있고 그 중간 중간에 새로 시작한 일들이 겹쳐있어 아직은 피아노를 배울만한 여유가 내 삶에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 회사를 그만 두고 오롯이 나만의 삶을 위해 살아 갈 수 있는 때가 오면 반드시 피아노를 꾸준히 배워보고 싶다. 먹고 사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내 삶에 작은 행복을 선물해 줄 수 있는 이 악기를 연주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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