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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아주 오래된 서점

by jisungStory 2018.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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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서점



 요즘에는 아침에 영어 라디오 방송을 듣고 출근을 한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의 라디오가 교육방송에 줄곧 맞춰져 있다. 그렇게 오후까지 일하며 운전을 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오후의 교육방송에서 진행하는 방송을 듣게 된다. 그러다 어쩌면 매우 졸릴 수 있는 시간에 책 소개를 하는 방송을 듣게 됐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서점'이라는 책을 소개받았다.


 책을 만나는 것도 인연이라고 해야 할까?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면 읽고 싶었던 책을 찾게 되거나 뜻하지 않게 보물 같은 책을 찾게 되기도 한다. 그런 경험들을 몇 번 겪다 보니 서점이나 헌책방들을 둘러 보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나의 그런 경험에 어울리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나는 혼자서 기웃거렸다면 작가는 뭔가 더 본격적으로 기웃거리기 위해 스승을 찾아가 전수 받는 식으로 시작하려 한다. 나에게 취미 같은 활동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작가의 태도가 신선하면서도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 책은 헌책방에 관한 책이지만 형식은 무협소설의 틀을 따르고 있다. 무림의 고수를 찾아가서 무공을 전수 받는 제자처럼 작가는 헌책방을 잘 아는 분을 찾아가 임무를 받고 그것을 수행하면서 헌책방을 둘러 보는 자기만의 식견을 키워 나간다. 책의 내용도 좋지만 이런 신선한 접근이 이 책의 장점인 것 같다. 오래된 서점을 돌아다니는 사람은 많이 있다. 오래된 책만이 주는 독특한 감성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오래된 책들이 좋다는 내용의 수필도 가끔 봤던 것 같다. 대부분이 자신의 경험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전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경우는 좀 재미가 없다. 그분의 경험이 공감은 하지만 뭔가 밋밋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가의 접근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지만 소설의 형식을 가미한 이 책은 수필과 소설의 묘한 접점에서 그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도쿄의 오래된 서점들을 탐험하는 듯한 묘한 간접체험과 더불어 다음은 어디로 향하게 될지 기대한다. 헌책방을 다녀본 사람들만이  아는  묘한 긴장감이 있다. 그런 많은 감정들이 이 책 안에 잘 녹아 있다. 


 나도 오랫동안 헌책방을 가보지 못한 것 같다. 얼마 전에 마트에서 헌책방 사장님이 자리를 빌려 임시 가게를 여신 것을 보고 책을 몇 권 샀다. 중학교 때 도서관에서 빌렸던 책들을 발견하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때의 추억을 다시 불러일으켜 주는 묘한 곳인 헌책방이 요즘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사라지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책에 소개된 헌책방들도 이미 없어진 곳이 표시되어 있다. 예전의 것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직장인이 되면서 학생 때와는 다른 버거운 현재를 살아가면서 예전의 기억을 추억하는 것은 잠시 쉬어감을 뜻한다. 궁핍했지만 그나마 여유로웠던 그때의 추억이 녹아 있는 과거로의 여행, 이 책은 오래된 서점을 통해서 과거로의 여행을 선물해주는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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