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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이야기/맛집리뷰

당고떡 - 일상에서 만나는 새로움

by jisungStory 2019.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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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고떡

당고 떡 

일상에서 만나는 새로움

 

이런저런 사정으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 가족들에게 미안하던 차에 안사람에게 주변에서 프리마켓이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산책 핑계를 찾고 있던 차에 잘됐다는 마음이 들어 딸아이와 함께 산책에 나섰습니다. 다행히 장소도 그렇게 멀지 않은 문화 센터여서 걸어서 금방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에서 열리는 작은 프리마켓을 상상하고 도착한 곳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살고 있지만 다른 지역으로 일을 하러갔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하다 보니 이 지역에 대해서 잘 모르고 살았습니다. 삼 년의 세월 동안 아는 곳은 주변의 공원과 마트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지역 행사라든지 지역 공동체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고 나니 그동안 무관심했던 지난 제가 잠시 무안해졌습니다. 

 지역 공동체에 대한 관심 없이 그 지역이 발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지역의 한 구성원으로서 다른 분들이 신경써서 만들어 놓은 지역 공동체 문화에 열매만 얻어 가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인 다는 점은 놀라웠지만 평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제가 부담스러워 하는 곳 중에 하나입니다. 거기다 유모차를 타고 오다가 잠들어 버린 딸아이를 데리고 그 많은 인파를 뚫고 구경을 다니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안사람과 저는 이왕 나온 산책이니 그냥 들어가기는 아쉽고 근처에 푸드트럭이 모인 곳이 있다고 하기에 그곳으로 산책의 발걸음을 옮기기로 했습니다. 

 

 

푸드트럭의 위치를 알리는 현수막 

  푸드트럭이 모여있는 곳에는 좌판으로 양말이나 인견등을 파는 상인들과 차량을 개조해서 음식을 팔고 있는 푸드트럭 다섯 대 정도가 영업 중이었습니다. 각자의 개성에 맞게 음식을 조리해서 팔고 있었고 모두 맛있어 보였습니다. 그렇게 큰 규모의 프리마켓이 아니어서 동네 골목에서 수용할 수 있는 정도만 모인 것 같았습니다. 

 그 곳에서 저는 당고 떡을 안사람은 타코야키를 주문했습니다. 저는 평소에 간식을 잘 먹지 않아서 길에서 파는 음식을 사먹는 경우는 드물지만 오랜만에 나온 산책이었고 이럴 때가 아니면 또 먹어보지 못할 것 같아 한번 사 먹어 보았습니다. 

 

소멘야 시그니처메뉴 당고떡
메뉴는 이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메뉴는 네가지로 단촐했습니다. 메뉴판을 주의 깊게 읽어 보지 않아 어떤 재료를 썼는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전혀 모른 채로 도전하는 마음으로 주문을 했습니다. 처음에 녹차 , 팥 , 산딸기를 골라 주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주인장이 메뉴를 추천해 주었습니다.

"미타라시 당고가 시그니쳐 메뉴인데 한번 드셔 보시겠어요?"

 어짜피 도전하는 마음으로 주문을 하던 터라 '네'라고 자신있게 답하고 음식이 만들어지는 동안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여기저기서 물건을 사는 사람과 저처럼 구경하는 사람이 어우러져 복잡하지만 사람 사는 곳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을 잡고 들렀던 재래시장의 풍경이 이러했던 것 같았는데 그곳도 찾아가지 못한 지 오래되어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곧 음식이 다되고 저는 떡하나를 집어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아무 생각 없이 베어 문 떡에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달콤한 양념이 아니라 짭짤한 간장 양념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메뉴판을 찍은 사진을 다시 보니 간장 당고라고 적힌 것이 보였습니다. 아마 제가 살아오면서 달지 않은 떡을 먹은 것은 이 날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익숙한 음식에 익숙한 맛이지만 다른 조합으로 이렇게 큰 놀람을 경험 한 것은 저에게 매우 생경했습니다.

 살면서 한번도 떡에 짭짤한 양념이 어울릴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제껏 먹어본 떡들은 대부분 달콤한 팟이나 밤 같은 앙금이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떡 자체의 맛을 살린 것이나 콩고물을 묻힌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이제껏 단맛에 그렇게 길들여져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일상에 중독되어 살아 갑니다. 매일이 하루 같아 변하지 않는 것 같지만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우리도 그 안에서 변하지 않는 듯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은 이런 일상이 깨지는 경험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최근 불고 있는 여행에 대한 열망도 이런 일상에 지친 분들의 열정이 투영되어서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멀리 가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도 작게 일상을 깨트리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프리 마켓일 수도 있고 평소에는 자주 찾아가지 않던 도서관이나 문화 센터를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이번 주말에는 잠시나마 일상을 깨뜨릴 수 있는 자신만의 짧은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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