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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육아서

철학자 아빠의 인문육아

by jisungStory 2018.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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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아빠의 인문 육아

 딸아아기 태어나기 전 육아서를 많이 읽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 읽는 중이다. 어떤 책은 배울 것이 너무 많아서 필사를 해나가며 그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려 노력하는 책도 있다. 내가 처음 만난 육아서는 이 '철학자 아빠의 인문육아'라는 책이었다. 우선 아빠의 입장에서 아이의 육아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철학자 전공의 아버지가 자신의 생각을 더해 적어 놓은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그 동안 내가 피상적으로만 바라 보았던 아이라는 존재가 좀더 확실하게 와 닿게 되었다. 

 이 책의 첫장에서는 저자가 아내의 유학으로 인해 아이의 육아를 전담하게 되는 장면 부터 시작된다. 나같이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그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지점이 있지만 지금 아이를 낳고 맏벌이로 살고 있는 상황에 처하다 보니 이제는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내가 일터에 돈을 벌러 간 이후 아이가 아파서 내가 연차를 내고 아이를 혼자서 돌보는 일이 최근에 많이 일어 났기 때문이다. 일이라는 현실적인 핑계로 거리를 두었던 육아가 나의 삶속으로 파고 들었을때 아이가 태어나기 전 읽었던 이 책이 떠올랐다. 

 당연히 현대를 살고 있는 맏벌이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육아는 공동으로 부담해야 하는 가정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나의 인식 밑에는 육아는 여자들이 하는 일이라는 구시대적인 철학이 깔려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사실을 인지 하고 부터는 그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 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하지만 지난 수십년의 세월 동안 내가 아이를 안아 본것은 사촌동생이 애기 시절 그것도 명절에 잠깐 뿐이었다. 막내 사촌동생이 군대를 다녀왔으니 그것마저 근 20여년 전 일이다. 그런 나에게 아기라는 존재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연한 미지의 존재와 마찬가지 였다. 아마 이 세상 모든 것이 처음일 나의 아이도 그 막막함은 같은 무게 일 것이다. 

 철학자 아빠도 마찬가지 였다. 갑자기는 아니겠지만 아내의 부재가 가져다 주는 막막함은 어떻게 아이와 소통하느냐는 철학적인 주제로 번지게 되었다. 특히나 서양철학을 공부하는 철학자는 자신의 모든 지식을 동원해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결과가 이 책인 것이다. 이 책에 들어 있는 수 많은 인용들이 아이를 이해하기 위한 아빠의 노력이 들어 있다. 어떤 규칙을 통해 아이에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르쳐야 하는지 장난감 가게에서 아이의 욕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조금은 어렵게 느낄 수도 있는 철학 단어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 질문 만으로도 충분히 고민 거리가 되어 줄 수 있다. 좋은 책은 답을 일일이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독자에게 적절하게 던져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특히 아기를 처음 접하는 아빠들에게 미리 연습을 하게 해준다. 무조건 안돼! 라고 외치고 강압적으로 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아이의 감정을 잘 수용하면서 다르게 이끌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미리 생각해보게 함으로써 곧 닥칠 아빠들의 운명에 준비를 하게 해준다.

 

 "아이야 상처를 내거라, 그것이 너와 나의 본성이다."

철학자 아빠의 인문육아 p.98

  

 이 책의 많은 문장들이 가슴을 때리지만 특히 와닿았던 것은 상처에 대한 위의 문장이었다. 나는 실패에 대해 혹독하게 대하는 환경에서 자라 왔고 지금도 그런 환경안에서 살고 있다. 모든 것이 숫자라는 성과로 평가 되며 그 숫자를 채우지 못한 아이들은 실패한 것으로 분류되어 관심 조차 얻지 못한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그 숫자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도 아니었고 심지어는 돈으로 살 수도 있는 것이라는 걸 나이가 들어서 알았다. 그런데도 나는 그 실패라는 상처를 두려워 하며 지금까지 살아온것이다. 그 공포는 생각보다 커서 아직 그 지나간 순간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 저 밑에서 저려옴을 느낀다. 나의 아이도 그런 공포 안에서 자라게 할 것인가? 

 나는 나의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부터 그러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나의 아이는 그런 공포 속에서 살게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하지만 허공에 떠다니는 말 한마디로 '너는 그렇게 살지 말거라' 라고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그런 무책임한 어른들을 경멸하며 살아 왔다. 나 또한 그런 어른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상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나 부터 상처에 관대해져야 한다. 나의 상처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야 한다. 그래야 나의 아이도 자신의 상처를 두려워 하지 않고 그 다음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이 책을 읽어 보니 나의 행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 주는 것이 많다. 그리고 아직 더 생각해야 할 것이 남아 있다. 얼마나 더 고민하고 성찰해야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아마도 그 고민은 평생을 안고 가야 할 나의 숙제인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아이가 소리를 흉내 낼 줄 알게 되면서 '치~~' 라는 단어를 내 뱉곤 한다. 양치질을 하러 가자는 뜻이다. 엄마 아빠 를 겨우 따라 하는 아이가 밥을 먹고 나며 '치~~' 하며 화장실을 가르킨다. 그럼 나는 한팔에 아이를 안고 아이의 칫솔에 치약을 뭍혀 쥐어 주고는 나도 양치질을 하러 간다. 사실 나는 양치질을 게을리 하는 어른이였다. 그래서 어금니 중에 충치가 없는 것이 없었고 최근까지 치과 진료를 받아야 했다. 그런 사정을 알리 없는 딸이 나에게 저녁 마다 양치질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이라는 일본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영화속 아이들은 어른들을 철없는 존재, 돌봐 줘야 하는 존재로 생각한다. 철없는 아빠를 걱정한다든지 자신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한 할아버지 할머니를 걱정한다든지 하는 장면에서 나는 아이들의 귀여움을 보았지만 사실 아닐 지도 모른다. 

 실제로 내가 아이를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나를 지켜 주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때가 있다. 그리고 아이를 안고 양치질을 하러 가면서 그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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