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isung's 이야기

계영배

by jisungStory 2018. 5. 16.
반응형



계영배 (戒盈杯)

 - 가득참을 경계하는 잔

 계영배는 재미있는 술잔이다. 사이펀의 원리를 이용하여 술잔이 가득차면 그 안에 있는 술이 모두 바닥으로 흘러내려 버린다. 기압차를 이용한 간단한 장난감 같은 것이지만 이 원리에 이야기와 철학을 곁들이면 더이상 이 술잔을 가벼이 여기지 않게 된다. 

 이 잔에 얽힌 이야기는 많다. 조선시대 도공이 술로 인해 망가진 자신의 삶을 후회하며 만든 것이라는 이야기가 가장 대표적이다. 관련된 이야기야 드라마로 만들어질 만큼 유명하니까 굳이 내가 옮길 것 까지는 없을 것 같다. 그저 이 잔을 보면 내가 느낀 점을 정리하고 싶다. 

 술잔이라고 하면 술을 채우는 용도로 사용한다. 채운 술은 곧바로 나의 위장을 향하게 되어 있고 그 술잔을 채운 만큼 나는 취하게 되어 있다. 취함이란 나의 통제력을 내 스스로 내려 놓는 행위이다. 그 행위를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 같은 지금까지 쌓아 왔던 감정의 짐들을 좀 풀어주는 데에 있겠지만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면 그만큼의 상실감도 함께 찾아오게 되어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이처럼 동전의 양면같은 앞면과 뒷면이 뒤섞여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계영배는 단순히 술에 대한 경계만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삶에 있어서 가득참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뒤돌아보게 한다. 이 세상 사람들이 미친듯이 달려가는 성공이라는 가득참에는 그 만큼의 뒷면이 있다.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가치인 돈도 그러하다. 그 어떤 대상이 되어도 가득참은 경계해야할 대상이 된다. 

 다른 사람의 삶을 굳이 예를들 필요가 없다. 나의 삶을 뒤돌아 보더라도 만족을 모르는 과잉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하고 싶은것을 다 하려고 하다 보면 정작 내가 진심으로 원했던 목표를 잊어버리게 된다. 그렇게 살다보면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닌 남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 행복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게 된다. 그것이 진정한 내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최선의 삶이 어떤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각자 자신만의 삶이 있고 그 삶에 따라 자신의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또 다시 삶이되어 돌아온다. 이 세상 살아있는 사람은 힘들고 괴롭더라도 삶을 살아내야 하고 그 삶을 살아내는 동안에는 어느 정도의 자기 주관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 그 수많은 주관들에 많은 각자 삶의 지혜가 녹아있겠지만 나만의 것은 삶의 벽에 부딛힐때 마다 이 계영배를 떠올리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내가 가득찬 사람이 되길 원하더라도 나는 가득찰 수 없는 잔이다. 그렇다면 들어 오는 모든 술을 받아 낼 것이 아니라 내가 담을 수 있는 만큼만 담고 나머지는 흘려 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잔으로서의 역할을 하지도 못하게 된다. 

 내가 채우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술인지 물인지 아니면 잔에 채울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채울수 없는 것일 때에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내 삶을 다시 뒤돌아보게 하는 삶의 안전장치 그것이 나에게는 계영배 이다. 


반응형

'jisung's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운 아이맥 출시에 대한 생각  (0) 2021.04.25
전화번호 버리기  (0) 2018.06.20
사람과의 거리  (0) 2014.01.05
나 자신을 알아 가는 것...  (0) 2012.07.21
절대고독  (0) 2012.07.0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