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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제주도 여행기

시월의 제주 여행

by jisungStory 2018.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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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책방 가는길 만난 제주의 밭>

시월 제주 여행 

뜻하지 않은 서점 여행

 

 저에게 제주도는 휴가 때마다 찾는 휴식의 장소 입니다. 매번 들를때 마다 상황에 맞추어 숙소를 정하고 나면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습니다. 무엇을 먹을지 어디를 갈지 어떤 것도 정하지 않고 여행을 갑니다. 저에게 제주는 그래도 되는 곳입니다. 숙소와 비행기 티켓만 있으면 언어가 통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돌아다니는데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닌 그런 곳입니다. 최근에는 에어비엔비를 활용해서 집전체를 빌려서 며칠동안 제주에서 머물곤 합니다. 최대한 제주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제주에 사는 것처럼 지내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무엇을 하려고 노력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최대한 아무것도 안하려고 합니다. 어짜피 그날 일어나면 어떤 일이든 일어나기 마련이니까요. 

 이번 제주 여행에서도 저와 아내는 숙소와 티켓 이외에는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첫날 비행기에 내려서 부터 무엇을 먹어야 할지 생각조차 해두지 않아서 이런 저런 고심끝에 근처에 있는 몸국집에 가서 늦은 점심식사를 해결했습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잠시 대기가 있었지만 오히려 그 대기시간 덕분에 옆에 있는 용연다리를 딸아이와 산책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잠시 산책이후에 찾아온 식사시간에는 몸국과 아이가 먹을 수 있게 미역국을 시켜 먹었는데 아이도 맛있는지 어떻게 먹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금새 식사가 끝나 버렸습니다. 

 그리고 숙소에 가기까지 잠시 시간이 남아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고 지난 여행에서 연이 닿지 않아 방문하지 못했던 '소심한 책방'에 들르기로 했습니다. 가서 아이 동화책도 찾아 보고 제가 읽을 책도 몇권 찾아 봤습니다. 

 

<소심한 책방>

 '소심한 책방'은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작은 서점입니다. 예전에는 그렇게 유명하지 않아서 여유있게 책을 찾아 볼 수 있는 감사한 곳이었는데 이번에 찾아갔을때는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서 여유있게 책을 읽어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는 여행지와 관련된 책을 기념품으로 사오는 것이 저의 작은 행복인데 생각보다 제주 관련 책은 많이 진열되어 있지 않아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독립출판물이라든지 제주 관련 예쁜 기념품들을 구할 수 있는 곳입니다. 아예 수확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문경수의 제주 과학 탐험'과 '마음 사전' 두권의 책을 골라서 나왔습니다. 물론 아이 동화책도 한권 골랐습니다. 참새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는 못하는 법이니까요. 

<소심한 책방에서 고른 책 두권 곧 리뷰 올릴 예정입니다>


 그렇게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잠시 쉬었다가 저녁을 먹었습니다. 간식이 먹고 싶어진 우리 가족은 근처에 맛있다는 빵집을 찾아 가기로 했습니다. 제주에 올때 마다 빵을 먹는데요 육지에서는 주로 체인점의 빵을 사먹는다면 제주에서는 개인이 운영하는 빵집에 더 자주 가게 됩니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항상 맛있게 잘 먹었거든요. 빵집에서 빵을 사서 들뜬 마음으로 돌아 오는 길에 서점을 만났습니다. 오늘은 확실히 서점투어를 하는 날인가 봅니다. 돌아오는길에 만난 곳은 '만춘서점'이라는 작은 서점이었습니다. 


<만춘서점>

<만춘서점 간판>


  뒷좌석에 앉아 있던 아내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작은 서점이었습니다. 조금 내려가면 함덕 해수욕장이 있어 위치도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빵사러 갔다가 만난 서점이라서 저에게는 좀 의외의 장소에 있는 것 처럼 느껴졌었는데요 깔끔한 외관에 네모난 창문과 투명한 입구를 통해서만 이곳이 서점임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내부는 아주 깔끔하게 정돈 되어 있었습니다.>

<주인장의 메모가 작게 붙어 있습니다>

 책장에는 책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어떤 책들에는 작은 메모가 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소개하는 글들이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면서 읽게 된는 책들을 고객들에게 소개 하는 책방 주인장의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책을 둘러 보다가 너무나 끌리는 책이 있었습니다. 찰스 슐츠 작가님의 피너츠(PEANUTS)였는데요. 최근에 개정판이 나와서 한동안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끙끙거리다 아직 사지 못한 그 책이었습니다. 그것도 모든 시리즈가 다 진열되어 있어 한동안 멍하니 그 책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 밑에 있는 진열칸에는 '빨간머리 앤'과 '오즈의 마법사'같은 고전 명작들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유명하지만 한번도 읽어 본적없는 명작들을 앞에 두고 저는 한참이나 망설이다 돌아 섰습니다. 마음에 드는 모든 책을 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만춘서점에서 고른 책들>

 

 여기서도 저는 두권의 책만 골랐습니다. 예전 부터 관심있었던 책들이 었는데 마침 서가에 조용히 쉬고 있길레 모셔왔습니다. 함께 들어간 딸아이도 책한권을 골라 잡았습니다. 작은 서점을 아기가 활보하고 다니는데도 주인장께서는 조용히 책을 읽고 계시더군요. 그 모습을 뒤로 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뒤돌아 나왔습니다. 문을 열고 나오는 길에 여운이 남아 돌아본 '만춘서점'의 문 옆으로 작은 비석이 하나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만춘서점 옆에 있는 신해철 추모 비석>


 관심있게 보지 않는다면 알아보기도 힘들 건물의 한쪽 끝에 작은 비석이 하나 세워져 있었습니다. 비석에는 다음과 같이 씌여져 있습니다.

 신 해 철

신해철 당신이 그립습니다. 

당신이 보고싶습니다.

위대한 당신 신. 해. 철


 저도 고 신해철씨의 음악을 듣고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으로서 그 분의 음악에 향수를 갖고 있습니다. 제주 여행에서 뜻하지 않게 찾은 서점앞에서 뜻하지 않게 만난 그의 모습에 감사하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행은 제 삶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런 계획없이 나온 산책에서 만난 만춘서점에서 한참을 잊고 지냈던 신해철씨를 다시 떠올리게 될지는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 여운이 이번 여행에서 느낀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여행에서 멋진 경치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도 좋은 경험이 되겠지만 평소에는 스쳐지나가던 이런 소소한 기억들을 다시 발견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여행을 통해 잊고 지냈던 나의 모습들을 재발견 해보는 기회를 삼아 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행을 통해 저는 일상속에 묻혀 잊고 지냈던 저의 지난 기억들을 돌이켜 보곤 합니다. 부끄러운 기억 싫은 기억들도 있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기억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좋은 기억 나쁜 기억들 모두가 지금의 나를 있게 하는데 어떤 조각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은 그런 작은 조각들을 다시 발견하는 기회가 되어줍니다. 

 제주도는 저에게 선물 같은 곳입니다. 매년 들르지만 들를때 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그를 통해 조금 더 생각하는 저를 만나게 됩니다. 앞으로 남은 여행기간 동안은 또 얼마나 많은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이번 시월제주여행도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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